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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부머를 위한 조언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2-07-18

대다수의 사람들은 커리어를 유급근로, 더 좁게는 직장생활로 한정하여 생각한다. 그러나 커리어(career)의 어원이 경주마의 경주로에서 유래되었듯이 커리어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뜻하며, 일생 동안 일과 관련된 모든 경험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커리어 개발이란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좋은 직위로의 입직을 포함하여 일생 동안의 학습경험, 유/무급의 근로경험, 그리고 여가활동 등 모두를 포함하는 활동이 된다. 또한, 직업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가정, 사회적 관계, 여가 등의 삶의 모든 장면에 영향을 미치므로 커리어를 ‘직업’으로만 매우 협소하게 생각하더라도 일상의 삶과 커리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염려의 대상은 건강, 재정, 그리고 사회적 역할이다. 시기에 따라서는 가정의 화목, 취업이나 성공, 자녀의 학업과 출가 등과 같은 다른 관심사들이 중요해지기도 하지만, 해결책은 위에 언급한 3대 염려의 해소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특정 연령대의 문제라기 보다는 모든 세대가 일생 동안 안고 있는 주요관심사이기도 하다. 즉, 특정 시기나 세대에 한정된 이슈로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 못 해석할 가능성을 높인다.

근자에 국가경제와 가계의 중추 역할을 해온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퇴직이 가져올 파장에 대하여 국가와 개인 모두의 대비책을 촉구하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수 십 년간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은 나이가 들면서 경제와 사회활동에서 이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회적 역할 없이 지낸 후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었으나, 100세 수명 시대에는 은퇴나 퇴직 이후의 생애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이에 따라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염려가 지나친 기우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도 베이비 부머와 이전 세대와는 ‘학습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제활동 참여’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이는 베이비 부머들이 나약하게 뒤로 물러서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비 부머는 이전의 어떤 세대들 보다 풍부한 유/무형의 학습경험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시기와 맞물려 역동적인 성공과 실패 경험을 쌓았다. 그러므로 베이비 부머는 이러한 탁월한 자산을 바탕으로 과거 세대와는 전혀 다른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리라는 전망이 충분히 가능하다.
어느 주장이 설득력이 있느냐를 떠나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베이비 부머의 은퇴/퇴직 이슈에서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첫 번째로 건강과 재정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는 점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두 가지 만으로는 인생의 염려가 해소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사회적 역할이 동반되어야 한다. 사회적 역할은 반드시 경제활동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 역할은 사람들이 일생 동안 갖게 되는 자식, 학습자, 근로자, 배우자, 부모, 가장/가구주/주부, 시민, 여가인 등의 중요역할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며 경제적 필요에 따른 역할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상의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게 되므로 근로자 역할을 떠나도 개인의 삶이 멈추거나 무의미하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 장소에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던 근로자 역할을 다른 장소나 방법으로 이어가는 시발점이 은퇴나 주 직장에서의 퇴직인 것이다. 이를 새로운 시발점이라고 하여 제 2의 인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사람은 없겠지만 삶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주된 역할이 달라졌다 하여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서두에 적었듯이 퇴직 또한 일과 관련된 경험의 하나이며, 여전히 커리어 개발의 연속인 것이다. 특정 역할에 치중하였던 삶의 에너지를 다른 역할이나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데 익숙해지기까지는 누구에게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커리어 전환기간으로 부르며, 이 기간 동안 Continuer, Adventurer, Easy Glider, Searcher, 그리고 Retreater 등의 모습을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거치면서 하나의 새로운 역할과 모습을 갖게 된다. 베이비 부머 또한 전혀 다르지 않으며, 이 전환기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역할에 안착하는 것이다. 근로자이거나, 건강한 시민이거나, 또는 여가인이거나!
베이비 부머의 커리어 전환과 관련하여 간과하고 있는 더욱 중요한 점은 세계사의 변환과 관련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현대는 지식세계의 정점에 올라서 있다. 글로벌화는 이의 결과이며, 지식과 정보에 대한 개인의 능력이 인류역사상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음에도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즉, 인간과 기술과의 경쟁에서 인간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비단 베이비 부머 뿐만 아니라 직업을 갖고 있거나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업능력과 정보기술 간의 경쟁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자신의 일이 현재와 최소한 10년 이내에 정보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근로자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 전반에 대하여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수 십 년간의 삶의 방식에 익숙한 베이비 부머라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과 방식으로는 사회적 역할의 지속이 쉽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세계사적 전환기인 작금의 시대가 베이비 부머에게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보자. 10년~20년 정도만 잘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100세 이상 지속 가능한 역할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우연을 계획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