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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 맞는 옷 |
|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1-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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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기간 동안 커리어 상담자로 활동해오면서 가장 아쉽게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맞는 커리어지원방안이 확립되어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상담자의 오랜 경험과 통찰, 그리고 이론가의 체계적인 관찰과 모형화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해결되는 것이지만 우리사회에서 요구하는 커리어 서비스의 수요를 감안하면 이미 시급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커리어 개발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던 간에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이미 커리어 개발에 대한 개념과 실천방안들이 분명히 존재해왔으며, 비록 일부 계층에 국한되었거나 다양한 커리어 경로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사회문화적 특성의 하나일 뿐, 결코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있는 커리어 개발의 개념이나 절차와 크게 다르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서구 문화와 아시아 문화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은 간단히 Individualism과 Collectivism으로 대별되는데,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분이라면 글로 적는 이상으로 양자간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먼 미래에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도 커리어 개발에 대한 인식과 실천적인 노력들이 있었다고 적었지만,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하는 커리어 개발 방법론은 철저하게 서구의 Individualism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상담자로서 접하는 이론들은 한결 같이 서구의 사상과 문화에 기초하여 형성된 것들이고, 적용기법이나 절차 그리고 법규와 제도 또한 예외를 찾기 어렵습니다. 다소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 몸에 잘 안 맞는 옷을 걸치고 어떻게든 몸을 옷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비유를 얼마나 많이 접해 왔던가!) 글로벌화의 부정적인 면 가운데 한 가지가 다양성을 소멸시키는 것인데,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서구화 경향(더 정확하게는 미국 중심의 경향성)이 커리어 개발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커리어 개발 분야의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커리어 개발 과정에서 볼 수 있는 Individualism과 Collectivism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의사결정과정’에서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서구의 관점에서 커리어 개발의 궁극적인 선은 개인의 가치에 기반한 독립된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모든 커리어 이론은 이와 관련된 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Traits-Factors 이론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의 특질과 환경과의 조화를 중심개념으로 갖고 있으며 환경요인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SCCT에서도 개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요인에 대한 개인의 인지적 반응을 다루고 있을 따름입니다. 또한 개인의 선택과 집단간의 갈등이 형성되는 일상생활에서도 개인이 갈등요인을 어떻게 수용하고 조절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문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집단에 소속되어 있어서 집단의 기대범위 안에서 개인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입니다. 서구화의 영향에 따라 젊은 세대에서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고 하지만 이는 구세대와 비교하여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정도이지 본질적으로 개인주의 사상을 신봉하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문화의 특징인 Collectivism이 커리어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상담자가 취해야 할 조치는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할 지 심사숙고가 필요합니다. 맹목적으로 서구의 이론을 추종하거나 이를 근거로 활동하기 보다는 우리문화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바탕을 둔 상담을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아울러 구성개념에 대한 재검토 없이 서구이론을 소개하고 검증 아닌 검증에 몰두하는 이론가들의 각성 또한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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