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난폭운전 |
|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1-07-19 |
|
서울에서 버스공동배차제와 중앙차로제가 도입된 지 몇 해가 지났다. 이 제도의 편의성이 확인됨에 따라 다른 도시로 확산되었고, 버스운행정보시스템은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시민과 버스운송업 종사자의 편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의 덕으로 필자 또한 적지 않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기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필자가 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시기부터인데, 이후 40년이 지나면서 버스운송제도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해왔고, 버스의 성능 또한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버스 운송과 관련하여 필자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버스 안에서의 금연(30년 전에는 시외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되었다.), 차장(안내원) 직업의 소멸, 그리고 버스전용차로의 도입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비교적 근래에 도입된 교통카드, 천연가스연료, 굴절버스와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 앞서 적은 공동배차와 운행정보시스템 등등은 버스운송업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혜택을 가져다 준 것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격변을 거치면서도 수 십 년 동안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운전기사들의 태도와 행동이다. 수 십 년 전에 보았던 난폭운전과 과속 등은 크게 줄었지만 승객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은 예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짐짝이 아닌 인간을 태우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운전기사를 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선진국이었다면 단 하루 동안의 운행에서도 수 백 명으로부터 고소와 고발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난폭운전을 하고 있음에도 운전기사들은 그들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또는 어떻게 그들의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그들의 직업의식이나 태도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행동한다. 세상이 변하였고, 기술의 발달이 일의 수행을 과거에 비하여 훨씬 용이하게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타고 있는 버스의 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의식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대도시의 수 천만 명 승객이 시간에 쫓기며 버스를 이용하므로 운전기사들의 피로도가 높은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땅한 대체수단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볼모로 여전히 그들은 횡포를 당연시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부당한 행동들의 이면에는 이를 용인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의 태도에도 커다란 원인이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시정을 요구하고 항의하는 이용자가 많았다면 우리의 버스문화는 다른 분야에서 우리가 누리는 수준과 비슷한 정도로 개선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의식수준이 불편부당함을 용인하고 방관하게끔 하였고, (서울의 경우) 매년 수 천억 원의 혈세가 환승체계와 중앙차로제에 투입되고 있으며, 좁아진 도로에서 개인들이 지출하는 셀 수 없을 비용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버스와 관련된 불편함을 상담자로서의 우리에게 반영해보자. 마땅한 대체수단이 없는 내담자들에게 우리 또한 난폭운전을 비롯한 부당한 횡포를 부리고 있지는 않은가. 버스와 화물차의 운전은 전혀 다르다. 생명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귀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 버스 운행이다. 그리고 상담 장면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내담자들은 무조건적으로 수용되고 존중 받아야 하며, 비록 그들이 분명한 목적지를 잘 모르는 경우라도 충분히 좋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난폭운전을 당연시하는 귀가 길의 버스 안에서 나의 내담자들에게 내가 부렸던 횡포가 적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