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베개 이야기
글쓴이 : 김웅태            작성일 : 2010-07-19
팔베개에 대해서는 아마 거의 모든 분들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팔을 베고 누우면 한 없이 넘쳐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도 저는 팔베개를 좋아합니다. 스무 살을 훌쩍 넘은 큰 딸이나 학업에 시달리는 10대 청춘의 둘째 아이나, 반백 년 삶의 아내가 제 팔을 베고 누울 때마다 가족으로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정을 한층 더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일상의 이야기에서부터 오랜 동안 묻혀 두었던 이야기까지 팔 베개를 통해 나누는 것은 소통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충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나의 팔 베개를 베는 사람은 가족으로 한정되지만, 팔 베개를 베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습니다. 팔 베개를 베고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가 일상생활에 대한 것이든 또는 미래에 대한 것이든 또는 과거의 어려움에 대한 것이든 일상적인 애정과 관심을 갖고 편안하게 들어주고 묻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 존중해 줌으로써 소통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소통의 내용에 대해서도 가급적이면 제가 경험했던 것이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공감하고 때로는 격려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직업적으로 교수자와 상담자의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두 역할이 상통하거나 동일한 책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많은 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진전에 대해 누군가를 평가해야 하는 경우, 교수자의 역할에서는 매우 엄격해질 수 밖에 없지만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판단의 관점이 아니라 어떠한 개입방법이 더욱 효율적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효율적이란 표현은 내담자와의 신뢰구축과 목표에 대한 합의 그리고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내담자가 충분한 자기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떠한 내담자이든 이미 풍부함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풍부함에 대해 수용하지 않거나 활용하기를 주저합니다. 이들이 자신의 풍부함을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입니다. 내담자들이 자신의 커리어개발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상담자의 수용과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판단 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을 없을 것입니다. 팔 베개를 통하여 감정을 나누듯이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존중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서 내담자는 공감을 경험하게 되고, 공감의 감정이 충분해질 때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팔 베개를 내어주면서 따지듯이 또는 일방적인 나의 주장을 펼친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애정이 가득한 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주말, 긴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시간에 큰 딸과 팔 베개를 매개로 아이의 대학생활에 대해, 미래의 꿈과 불확실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이 경험은 큰 아이에게도 그리고 제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상담자로서 또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독자들도 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서울 노원구 광운로 53, 3층 (303호)   Tel. 02.592.3307  |  Fax. 02.924.3307
COPYRIGHT CBSC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