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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A씨는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2돌 된 아들이 한명이 있다. 1년 반을 아이만 키우다가 다시 새로운 일을 찾은 첫해인 지금 그녀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다. 체력이 유독 약한 편인데 장거리의 출퇴근을 하는 것과 집에 와서도 끊임없이 가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어 매달 감기를 앓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이가 아프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며 서러웠 던 적이 많았다. 더군다나 아직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시기에 있어서 조바심도 생기고 더 많은 시간을 과업과 공부에 투자하고 싶지만 가사와 자녀 양육 문제로 인해 개인의 시간을 갖기가 힘들고 풀타임 일을 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남편의 직업이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지금 시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그래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육아나 가사를 도와줄 주변의 자원이 없는 상태로 내적으로 갈등하며 이 시기를 버티고 있다. 친정엄마의 도움을 원하고 있지만 지방에서 일을 하고 계신 상태이고 친정엄마의 수입이 그녀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와 아이를 봐달라고 요청하기에도 명목이 없다. 아이의 기질을 보면 엄마를 애타게 찾고 엄마랑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또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인데다가 어렵게 들어간 어린이집은 3시 30분이면 하원을 시키는 상황이라서 아직은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수없이 한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적인 수입을 떠나서 일이냐 육아이냐 고민하고 있으며 주변인들도 적은 수입으로 일하면서 몸도 계속 나빠지는 것을 보고 잠시 아이가 클 때 까지 일을 멈추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발달 이론으로 이해한 내담자의 상황
Super의 발달이론에 따르면 각 개인들은 일에 대한 자신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직업적 자아개념을 성장시켜 나가려고 한다. A씨 역시 심리와 복지를 공부했으며 오랫동안 교육 및 상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볼 때 지금 시작한 일을 통해 본인의 직업적 자아개념을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 이끌리거나 주변의 권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그녀의 장점과 장애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일에 대한 선택과 그에 따른 확신 및 동기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전공과 일치하는 분야에서 현재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것도 장점 요소이다. 그리고 본인의 수입이 없어도 당장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 아닌 것과 결정하기 전에 합리적으로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의사결정 면에서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문제를 도와줄 지원체계가 부족한 상태인 것은 장애요소 중 큰 부분에 해당된다. 또한 출퇴근상의 거리 및 이동수단의 문제, 약한 체력으로 인한 건강문제, 보육 문제는 그녀가 풀어나가야 하는 장애요인들이다.
현재 그녀의 연령은 Super의 특정 생애단계 중 세 번째인 ‘수립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직업분야에서 확고하게 정착하는 것이 이 단계의 주요과제이며 해당 직업분야에 기여하기, 생산적으로 되기, 더 높은 책임 수준으로 승진하기 등이 전형적인 과제의 세부 내용에 포함된다. 그리고 직업성숙의 개념으로 살펴보았을 때 그녀는 최적 연령대 동안에 과제를 일정대로 달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현재 그녀가 선택한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직업선택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Super가 제시한 이상적인 시기에 과제를 달성했더라면 새로운 교육을 받는 대신에 오히려 현재 정착된 직장에서의 혜택을 경험하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녀는 생애 주기에서 부모 역할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시기에 새로운 분야에서 정착하기 위해 훈련과 경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당연히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나 생애동안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칠 수 있기 때문에 연령과 상관없이 반복되는 탐색, 선택, 성장의 과정이 바로 전생애 걸친 커리어 개발임을 그녀가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애진로 무지개에서 그녀의 역할은 근로자와 학생, 부모, 배우자의 4가지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중 부모의 역할의 비중이 신체적․심리적으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들 중에서 심리적으로 더 큰 가치가 있는 역할들에 대한 재정의 및 명확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듯 보여진다. 일에서의 집중과 투자에 전념하고 싶은 욕구와 주어진 부모와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내외적으로 충돌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고민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본인이 가진 현실적인 부분들을 인정하고 각 각의 역할 및 가치에 우선순위를 줄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과업 및 역할을 2가지 이내로 좁히고 한정된 에너지를 가치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책임과 의무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이라면, 육아에 대한 본인의 가치를 재정립한 후, 자신의 역할의 범주와 한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하다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및 지원 체계를 살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균형있게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우선순위를 통해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다면 모든 역할을 잘해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애역할에서 각 역할에 투자되는 시간과 에너지의 양은 삶의 각 시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2~3년 후의 생애역할을 계획하도록 하여 변화과정을 관리하고 적절히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구상하도록 안내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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