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4차산업혁명이 세상을 크고 빠르게 변화시키고, 특히 일의 세계는 혁명 이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제는 진부하다. 일례로 2차 전지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이를 토대로 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도 시시각각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세계적인 기업조차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더 나아가 관련 산업 역시 이 혁명과도 같은 변화에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실상 이 혁명과 무관한 산업이나 기업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혁명이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며, 이 혁명적 발전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나름의 준비를 해온 기업이 적지 않기에 혁명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변화의 양상으로 보인다.
이에 반하여 코로나 펜데믹은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으며 그 파괴력은 현존하는 모든 인류를 두려움을 갖도록 한다. 코로나 사태가 이처럼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발전하기까지는 불과 수 개월이 소요되었을 뿐이며, 처음 발병 후 만 2년이 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공포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코로나가 일의 세계에 미치는 파괴력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었던 수 차례의 대규모 전쟁이나 경제공황 및 기존의 유행병을 크게 능가한다. 단순히 산업이나 기업의 파괴에 그치지 않고 삶의 모든 장면을 변화시켰으며, 세상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직업이 존립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개인은 실직을 넘어 생존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염려를 갖게 하였다.
지금 우리는4차산업혁명과 코로나 사태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두 가지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개인의 힘이 한 없이 나약해지고 국가나 정부의 힘은 반대로 막강해지는 결과를 만든다. 그러나 급격히 커진 권력이나 통제력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국가나 정부가 존재하여 개인의 염려와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시선을 우리 사회로 고정하면 더욱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이 두 가지 혁명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소위 정치꾼들을 이를 마치 바둑에서의 꽃놀이 패로 보거나 또는 포퓰리즘을 펼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을 뿐이다. 일부 대기업이 4차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는 그리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언하건대 정부는 존재감이 없으며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완전한 각자도생 시대가 되었다.
일의 세계, 더 나아가 생애 전반에 걸쳐 개인과 집단에게 개입하고 돕는 커리어 전문가의 역할도 마치 길을 잃은 듯 보인다. 깊은 숲이나 안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행동은 크게 두 가지 이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관성에 의지하여 무작정 또는 우연을 기대하며 합당한 근거 없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 머무르며 외부의 도움이나 환경의 변화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다행히 곧 안개가 걷히거나 일기가 좋아진다면 어느 방법이든 생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 천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에는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적어도 대다수 개인에게는 이와 유사한 상태로 보인다. 외부로부터의 조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 각자도생 해야하는 처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각자가 나름대로의 ‘생존키트’를 구비하는 것이다. 아직 걸음을 옮길 힘이 있을 때, 안개가 코 앞의 사물조차 삼키기 전까지 조금의 여유라도 있을 때 생존키트를 준비해야 한다. 고 있을 때이다. 그래야만 소위 ‘존버’할 수 있고 생존하는 것이다. 당신의 생존키트는 무엇인가?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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