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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에서도 절차적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절차적 지식은 당연히 일의 속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에 커리어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그러므로 숙련되었거나 전문직업인이라면 각 직업과 직무에서 요구하는 절차적 지식의 축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더 나아가 올바르게 발휘하기 위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커리어 개발 전문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일반적인 직업과 달리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직업적인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이 노력을 더욱 배가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커리어 개발 분야에서 지난 수 십 년간 반복되는 한탄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활동가의 전문성이 여전히 미흡한 것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비록 양적으로는 활동가의 수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는 항상 마음을 아프게 한다. 더불어 이 문제는 활동가 개인 차원을 넘어서서 이미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기에 앞으로도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상호 연계된 요인의 개별적인 개선은 물론 요인 간의 상관성 및 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해소가 수월하다. 그러므로 커리어 서비스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가 활동가의 전문성에 관한 문제를 개인차원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어 한다. 즉 이렇게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질 때 사회적 및 개인적으로 커리어 개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었던 활동가의 역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활동가의 역량이 비록 구조적 문제일지라도 역량과 전문성의 확보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여전히 활동가 개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상기해야 한다. 스스로 커리어 개발의 주체 임은 물론 고객을 보호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특별한 직업인으로서의 책무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커리어 개발에 관한 절차적 지식을 올바르게 습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혹자는 대학을 비롯하여 정부와 민간에서 제공하는 수 많은 훈련과정과 자격의 보급을 들며 최소한 입문자를 위한 교육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의뢰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커리어 전문가’는 직업적으로 입문자와 숙련자로 구분되는 일반적인 직업이 결코 아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정의 실질적인 내용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참담하기 그지 없다. NCS를 표방하는 과정 조차 선진국의 교육/훈련 체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부끄러움이 가득하다. 단순히 절차적 지식을 습득한 수준으로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을뿐더러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폐해를 넘치게 경험하고 있다. 커리어 개발 분야의 주요 이해관계자에게는 이에 대한 더욱 깊은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커리어 개발과 관련하여 20세기에 유용했던 절차적 지식에 충분히 익숙하다. 또한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익숙하다는 것과 실제 개입할 때 올바르게 적용하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즉 절대다수의 현장활동가가 익힌 절차적 지식의 효용성이 대부분 수명을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 지식 조차 올바르게 습득할 기회가 충분치 않은 것이 진실이다. 개설된 교육/훈련 과정이 아무리 많더라도 적합한 커리큘럼과 올바른 교육 및 학습과 여전히 거리가 멀다면 이는 낭비일 뿐이며 기득권자를 위한 기만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선진국의 커리어 전문가 육성과정을 양심의 눈으로 직시하고, 이 직업이 갖고 있는 숭고함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으며 소위 ‘Contemporary theory’가 넘치고 있다. 또한 세상은 이미 불확실성 시대를 넘어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 시대로 들어섰다. 이제는 기본적인 상담능력 조차 배양하지 못하며, 효과적이지 못한 절차적 지식의 전수에 머무를 여유가 없다. 그러니 커리어 활동가가 올바르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 그리고 더욱 노력할 수 있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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