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way
김웅태 CDF-I, GCDF, Supervisor
내가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금도 그 소리는 변함 없다.
생애계획에 대한 단상2023-02-10
 강좌이든 상담이든 혹은 유튜브이든 무엇이 우리가 생애계획(Life Plan)에 관심을 두도록 이끌었을까? 자신의 삶을 계획(planning)하는 이유, 삶을 계획하는 행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삶과 삶을 계획하는 것에 관심을 두도록 이끈 것은 어쩌면 후회, 염려, 기대, 그리고 사회화에 따른 영향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후회가 동인이라면 그 후회가 삶의 기반과 관련되든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행동과 관련되든 또는 인간관계나 도덕적 행위와 관련되든 스스로 더욱 성숙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염려가 동인이라면 삶과 관련하여 예측할 수 있든 예측하지 못하든 미래에 마주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려는 것이므로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 깊고 넓어졌다는 것으로 생각되며, 또한 기대가 삶을 계획하는 동인이라면 스스로 중심이 되어 자신의 삶을 주관하려는 주재성(主宰性)이 높거나 향상된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이러한 생각이 옳다면, 삶을 계획하는(Life Planning) 행위의 기저에 자리 잡은 후회, 염려, 기대 등을 통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삶의 표층에 위치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상일 것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대규모 테마파크나 놀이동산을 방문하게 되면 각종 즐길 거리의 유혹에 쉽게 빠져 시간과 돈이 바닥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테마파크가 소비를 조장하는 시설로 가득하니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성인조차도 이러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필자 또한 대형 아웃렛이나 할인 매장에서 쉽게 현혹되었던 경험이 있다. 일상에서 대형 시설을 방문하고 소비하는 행위가 문제는 아니나 흔히 말하듯이 현란한 유혹, 부추김, 분위기 등에 따라 분명한 목적이나 목표를 잃은 소비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막연한 불안감, 부추김, 무상 지원, 유행 등에 떠밀려 이런저런 생애계획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또한 명확한 목적을 상실한 소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을 계획하는 것은 앞서 적은 바와 같이 후회, 염려, 기대 등이 동인일 가능성이 높다. 즉 삶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서로 다른 욕구가 특정 상태에 이르거나 어떤 존재(Being)가 되기를 추구하도록 이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을 하느냐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왜 하느냐라는 외침(Ryan & Deci)이 있었듯이 각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욕구를 잘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삶을 계획하고 실천함으로써 도달하거나 이루려는 것은 염려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등의 기본욕구 충족이다. 자기결정성은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동기이자 욕구이므로 자기결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삶의 표층에서 괜찮은 삶에 이르도록 이끌어주며, 더 나아가 만족한 삶으로 이어준다.

 

라이프 스타일, 즉 생활방식의 의미가 학문 영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마케팅 분야의 정의를 인용하면 각 개인이 자신의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표현을 풀어보면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정, 건강, 시간, 능력, 경험, 기회, 관계 등을 자신의 욕구에 따라 소비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자신의 소비방식을 토대로 괜찮은 삶이나 만족한 삶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삶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괜찮은 삶에 대한 인식은 각자 다르겠으나 필자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 또는 만족한 삶에 도달하는 여정에서 최소한의 기준이나 욕구를 충족하는 삶으로 생각한다. 소위 이 정도면 적당해라는 생각이 드는 소비방식이라 볼 수 있으며, 달리 표현하면 욕구충족 계단의 첫 번째에 해당된다. 즉 각자가 기대하는 삶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충족이 된 상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에 따라 괜찮은 삶이든 어느 정도 적당한 삶이든 각기 다를 것이며 기대하는 삶의 방식 또한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한 괜찮은 삶이란 목표는 삶을 계획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어떠한 삶의 방식을 그리던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삶에서의 다양한 전환을 통하여 소비방식 또한 변화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의 자산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떠하든 미래의 소비방식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재정, , 건강 등과 같이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차원의 삶의 계획이든, 삶의 모든 국면을 포괄하고 모든 생애를 망라하는 삶의 계획이든 자신이 기준으로 삼는 최소한의 소비방식과 전환에 따른 영향을 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고려를 생략하고 소위 6대 영역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느끼거나 미래를 준비한다는 미명에 휘둘리는 것은 자칫 의미 없는 소비나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소비하든 삶을 계획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을 할 것인지(What to do)’가 아닌 어떤 존재(Being)가 되기(What to be)’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삶의 표층 문제를 중요하고 시급하게 인식하는데, 이런 문제는 현실 세계에서 즉시 해결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불편함과 때로는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는 더 장기적인 관점과 자신의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즉 표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자신이 어떤 방식의 삶을 진정으로 원하거나 더 나아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소비방식과 관련된 현재와 미래 간의 격차를 파악하고, 자신의 특성을 토대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며, 동시에 자신이 속한 맥락과의 상호작용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이어가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이 과정은 어떤 사람에게도 쉽지 않으며, 때로는 지나치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은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쉽게 지치거나 포기하게 이끌며아직은 괜찮아라는 자기기만을 통해 안도감을 갖게 한다.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빈곤(경제적 문제), 건강, 고독(사회적 관계) 등의 표층 문제가 대부분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나 삶이라는 광활한 수면 아래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자의식, 자기인식, 정체성, 동기 등은 언제든 거대한 쓰나미처럼 다가올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모든 과정과 내용은 결국 스스로 중심이 되어 자신의 삶을 주관하는 주재성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주재성을 향상하고 발휘하는 것이 삶을 계획하는 것이며, 표층에 자리 잡은 염려의 해소를 넘어 괜찮은 삶더 나아가 만족한 삶에 이르기 위함이며, 이 과정에서 주재성과 자기결정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계획에 따라 살거나 목표(만약 존재한다면)를 달성하는 이상이다. 따라서 인생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것은 생애계획을 달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즉 삶은 계획이나 비율이 아니라 지나온 삶에서 어떠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얻느냐의 문제이다.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삶을 구조화하는 것과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자신이 행했던 것, 자신에게 발생한 것,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등등)에 대한 해석(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계획 자체 또는 계획의 달성을 위한 구조화도 이롭겠으나 지나온 삶의 경험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애계획(Life Planning)은 더욱 큰 유용성을 갖는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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