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way
김웅태 CDF-I, GCDF, Supervisor
내가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금도 그 소리는 변함 없다.
생애계획 프로그램의 향상을 위한 제언2023-02-24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게 관심을 끄는 일 가운데 하나가 정년퇴직예정자지원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 재직자 1,000인 이상의 기업이 강제 실시 대상이나 정부 지원정책의 확대에 따라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명칭 또한 다양하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규모와 방식으로 실시하는 수준에서부터 기업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실시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획일적이며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심지어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한 의심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당연한 생각이지만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맥락은 기업마다 각기 다르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맥락과 삶에서 추구하는 바는 더욱 다양하고 각기 독특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프로그램 공급자 모두 이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 십년 전에 개발된 프로그램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복제하여 강제하고 활용하고 있기에 앞서의 비판에 대한 원인제공자로서 깊은 반성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에 대해 크게 염려스러운 점은 삶을 계획한다는 미명으로 포장하여 획일성, 자율성 훼손, 책임회피, 과대포장 등에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다. 최소한 참여자에 대한 존중으로 각자의 동기와 추구하는 삶의 질과 본질 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삶에 대한 계획과 일반적인 계획 사이에는 공통점과 더불어 많은 차이가 있다. 계획은 목표와 수단을 선택하여 구조화하는 행위이므로 어떠한 계획이든 공통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계획이 성취나 도달 여부로 평가되는 반면 인간의 삶은 이런 방식으로 평가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는 사전에 계획할 수 없는 영역이 매우 많고, 인생에서 경험하는 주요 사건의 대부분은 사전에 계획되기 보다는 우연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지금까지의 생애계획 프로그램에 대한 염려가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계획이 갖고 있는 최고의 효용성은 계획이 목표와 수단 등의 결정에 따른 미래의 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일련의 행동들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은 무엇을 할 지가 아닌 어떤 존재가 되려는 지를 추구하며 이러한 점에서 최상의 계획일지라도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즉 계획이 불가피하게 인간을 지체시키거나 방해하는 요소들을 줄여주는 효용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인간이 갈망하는 삶을 이룰 수 없다. 인간의 삶은 복잡한 계획, 예를 들어 장기경제개발, 국가차원의 재건 등과 비교하여도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이는 삶을 계획하는 여러 차원의 접근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사회에서 삶을 계획하도록 촉진하고 수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여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러한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염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포를 조성하고, 강제하기 위하여 다 수의 해야할 것(What to do)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구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더욱 확장된 관점과 시야를 가져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인간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하며, 인간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중심이 되어 자신의 삶을 주관하려는 태도의 산물이다. 즉 단순히 삶의 표층에서 부딪치는 염려를 해소하는 이상으로 만족한 삶을 추구하는 보다 근본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생애계획이 갖고 있는 유용성은 어떠한 목적을 갖고 있다거나, 프로그램 구성 상의 특징을 논하기에 앞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도록 이끈 것이 무엇인지" 또는 "왜 삶을 계획하는지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해 살펴보아야 하며, 이러한 고찰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생애계획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Chat GPT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는 이미 AI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이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머지 않아 AI로부터 자신의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 다양한 생애계획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보다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가장 잘할 수 있으며, 인간 만이 가능한 지원과 개입 방안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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