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way
김웅태 CDF-I, GCDF, Supervisor
내가 이 길을 선택했을 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금도 그 소리는 변함 없다.
성찰, 예측 그리고 유용함을 위한 제언2024-02-14
 

부끄러운 사실이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생애계획 프로그램은 일본의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0년대 일본에서 봇물 터지듯이 다양한 생애계획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지금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일본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그린플랜, 실버플랜, 골드플랜, 사회적응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널리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도 이러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목적과 운영방식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추구했던 가치는 현재 우리나라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있는 삶에서의3대 염려인 빈곤, 건강, 고독 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예방하는 것이 절대 다수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프로그램이6대 영역 또는 12대 영역 등의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으로3대 영역의 하위 영역을 다루고 있고 일본의 프로그램을 여과 없이 모방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나 방식 등의 모방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벤치 마킹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비판적으로 모방하거나 복제한 경우에는 개인에게 더없이 중요한 기회와 시간 등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생애계획 프로그램의 효과와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활동가나 운영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참가자의 절대 다수가 프로그램을 통한 실질적인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현상이 그 증거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사회, 경제, 문화적 특징이 50년전 일본의 것과 다르며, 각 개인의 삶의 경험과 추구하는 가치도 크게 다르다. 2020년대 한국사회의 이슈, 맥락적 특성, 집단 및 개인 특질 등에 대한 성찰 없이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일말의 분노를 느끼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생애계획 프로그램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정년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둘째는 노후불안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고, 세번째는 삶의 표층에 자리잡고 있는 주제에 관한 정보제공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과도한 표현일지 모르나 한 마디로 삶을 계획(planning a life)하기보다는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노후의 재난 대비 계획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기에 평균 관점과 낮은 수준의 표준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도입하는 조직이 이익을 위해 무비판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것은 반성할 여지가 많다.

1950, 1960, 1961, 1973, 1979, 1980, 1987, 1997, 2008, 2018.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자. 기나 긴 일본제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지 5년이 되지 않아 우리는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온 국민과 나라가 잿더미 속에 파묻혔다. 그 이후에도 대략 10년 주기로 국가 전체가 혼란 속에 빠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을 통해 생존과 안전에 대한 가치와 염원이 우리사회에서 절대 왕좌 자리를 차지한 것이 빈곤에 대한 두려움과 부의 축적에 대한 염원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현재 실상을 보자면, 평균 수명이 지난 50년 동안 20년 증가했고 장년층의 수명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최빈 사망 연령은 1970년 초 남자와 여자가 각각 69세와 81세에서 2010년 대 후반에는 87세와 90세로 증가하였다. 2022년 현재는 남성과 여성의 최빈사망연령이 모두 90세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60세인 사람의 최빈사망연령이 120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5367달러에서 지난 해33,000 달러로 증가하였고, 복지지출 규모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우리나라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4%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함).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 10위 권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평균을 감안하더라도 50년 전 일본의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지에 대한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현재 생애계획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에 대하여 생애계획을 통하여 무엇을 추구하며, 어떠한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등에 대한 요구조사(Needs Analysis)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향한 예측을 토대로 각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정립하고, 표층의 정보와 지식이 아닌 삶의 질과 본질의 향상에 직접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개발자와 공급자의 역할이다. 우리가 들이는 노력이 각자 현재 경험하고 있는 전환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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