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은 인간의 번영을 크게 위협한다. 우리는 안정 상태가 번영에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의 하나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비록 삶에서 경험하는 주요 사건의 대부분이 우연에 의하거나 계획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더라도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통해 기대하는 삶을 이루고자 '자신의 삶을 계획'한다.
인간의 역사가 불확실성을 통하여 발전해 왔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삶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하지만, 호기심을 발전시켜 불확실성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는 인간만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인간에게 호기심이 없다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든 정체나 쇠퇴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호기심은 단순한 궁금증이나 관심을 넘어서 미래의 삶과 여건에 관한 관심, 삶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선택, 기대와 희망, 행동을 촉발하는 동기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미 진부해진 VUCA(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재 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이루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으며, 이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탐구하고 호기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장년 세대로부터 기준과 관성으로 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준'은 지금까지 살면서 만들고 지켜온 삶의 방식, 의사결정에서의 기준 등을 말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정체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삶의 여건 및 발달 상황과 함께 전환을 거듭한다. 따라서 확립된 정체성, 즉 삶의 기준과 행동이 명확하다는 것은 여러모로 분명 바람직하다. '관성'은 물체나 현상이 현재의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의미하므로 나이가 많을수록 견고하게 형성되고 고착된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풀어보면 기준과 관성으로 산다는 표현은 자신의 정체성에 맞추어 살고 있으며 지금까지 익숙해진 삶의 방식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임을 나타낸다. 그러나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상은 정체성의 변화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으며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관성을 인간 행동으로 비유한다면 아마 '일관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상황에서 우리는 일관성을 선호한다. 익숙한 행동 방식이므로 편안하며 무엇보다도 예측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지속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생존과 적응을 위해서도 일정 부분 변화가 필요하다. 즉 쉽게 변하지 않는 개인의 가치 체계 조차 생존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관성 이상으로 높은 적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지금까지 축적된 관성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장년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오래전에 아놀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 개념을 사용하여 인류의 발전을 설명했는데, 안정된 상태에서 갑자기 닥친 도전과 이에 대처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도전을 예측하고 준비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호기심이 없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순환을 말한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과 더불어 각자의 삶을 지속해서 변화시켰고 연속적인 전환을 경험했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 불확실성이 고조되었던 시기와 전환을 경험했던 시기의 상상 부분이 일치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높은 호기심이 전환 과정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삶을 살든,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일지라도 능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