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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계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용적 이점은 무엇보다도 통제감을 높여주어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계획은 목표에 집중하고 달성하도록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며, 수행 효율을 높여주고 잠재적인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등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계획이 갖고 있는 높은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계획과 삶을 계획하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계획은 목표의 도달이나 달성 여부로 성공을 판단하지만 인간의 삶은 결코 이런 방식으로 평가되지 않으며, 단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또한 삶에서 경험하는 주요 사건의 대부분은 계획이 아닌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처음부터 계획할 수 없는 영역이 많다. 그러므로 삶을 설계하거나 디자인한다는 표현이 황홀하게 들릴지라도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삶을 진지하거나 크게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계획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귀중한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유형의 계획을 끊임없이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 전체를 포괄하는 계획을 만들지 못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을 통해 목표와 수단 모두를 계획하더라도 사람은 시시각각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기 위하여, 비록 연속적인 선택은 할 수 있으나, 한 번에 모든 것을 위한 선택은 하지도 할 수도 없다. 또 부분적이든 총체적이든 삶에 관한 최초의 계획이 완벽하던 아니던 끊임없이 수정하고 즉흥적인 행동을 이어간다. 이러한 유익함, 한계, 그리고 실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가 여전히 자신의 삶에 관한 계획을 만들고, 계획에 따른 목표를 달성하거나 행동하기 위하여 큰 노력을 기울이는 분명한 이유를 정리할 수 있다면 각자의 삶을 계획하는 노력이 더욱 가치 있을 것이다.
삶은 계획이나 비율 혹은 목표의 달성을 넘어 지나온 삶에서 어떠한 의미를 발견하거나 얻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즉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삶을 구조화하는 것과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한 해석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생애계획을 달성하는 것과 인생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로부터 우리가 삶을 계획할 때는 전 생애를 포괄하는 차원에서부터 일상의 과업을 달성하는 차원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수준으로 구분되는 생애계획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신의 계획에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를 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살면서 사전에 예상했던 사건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 많은 사건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단기적이든 궁극적이든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인간의 발달과정은 생존과 번식을 유지하기 위한 대처능력 향상과 더불어 이루어졌으며, 이는 유전적 특성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것은 단순히 실용성을 넘어 유전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으며, 대처능력을 향상하는 방안인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미래에 경험하게 될 모든 사건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처능력의 향상은 어떤 존재가 되고 싶거나 어떤 존재 또는 상태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열망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며, 이 열망이 삶을 계획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에 관한 구체적인 그림은 개인적 특질과 환경 특성에 기초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며,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각자가 갖고 있는 삶에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명확할수록 선명해진다.
삶에서 경험하는 사건을 빙산에 비유해 보자. 잘 알려져 있듯이 빙산은 수면 위로 20%, 그리고 수면 아래에 80%가 잠겨 있다. 커다란 빙산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잘 보이므로 쉽게 위치와 크기를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배의 항로를 계획하기 쉽다. 우리가 삶에서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은 이 수면 위의 빙산과 같으며 어떤 대처능력을 얼마만큼 가져야 할 지 계획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부분, 즉 삶에서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수면 아래에 위치한 빙산의 크기와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듯이 어떤 유형의 대처능력이 필요한지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 인간의 능력은 유전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향상되었기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는 높은 수준의 대처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는 예측한 사건과 예측하지 못한 사건 모두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려는 유전적 특성이 있으며, 이 특성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삶을 계획하는 것은 나이나 성별 또는 어떠한 요소에 의해서도 그 필요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어떤 삶이든 셀 수 없이 많은 전환(life transition)을 거치며, 그 모든 과정에서 예측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사건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삶을 계획하는 것은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필연적이며 유전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각각의 전환점(turning points)을 모두 거친 후 회고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평가하여 자신의 삶에 만족한 정도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노후불안은 수면 위에 보이는 빙산의 일부분과 같다. 눈에 잘 보이기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건인 수면 아래의 빙산에 대처하는 방안이 되기에는 충분치 않다. 삶을 계획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 모두에 능숙히 대처할 수 있으며, 먼 미래에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때도 만족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객관적 지표에 현혹되어 예측할 수 있는 사건에만 몰입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에 이르는 대처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전적으로 주관하는 태도와 능력,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인 자기결정성, 그리고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유지하기 등을 향상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을 따르고 만족한 삶에 이르는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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