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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분양 경쟁이 수 백대 일에 이를 정도로 텃밭 농사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텃밭 농사는 생계와 수입이 목적인 일반 농사와 크게 다르다. 우스개소리로 텃밭 농사비용이면 한 가구가 구매하는 비용을 감당하고도 남는다고 하는데, 생산성만 보자면 마이너스 농사임이 분명하지만 텃밭 농사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성비가 큰 의미 없다. 생명을 기르는 기쁨, 자신의 노력을 통해 수확하고 나누는 즐거움 등을 비롯하여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기쁨을 주는 요소가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텃밭에서는 어떤 작물을 재배하든 객관적 지표가 아닌 지극히 주관적인 지표를 통해 한 계절이나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한다. 전업농과는 전혀 다른 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일반적인 계획이 계획의 달성 여부로 성공을 평가받는데 비해 인간의 삶은 이런 방식으로 평가되지 않는 것과 같다.
삶에서 느끼는 주관적 안녕감, 즉 행복에 대한 평가도 이와 같다. 객관적인 지표인 돈, 건강, 지위, 명성 등등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객관적 지표의 총량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 객관적 지표에 대한 각 개인의 가중치가 다르기에 총량으로 평가될 수 없으며, 객관적 지표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자아실현’과 관련된 지표가 매우 높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영농 경험이 대략 십 수년에 이르기에 처음으로 텃밭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전업농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해에는 ‘그저 열심히 텃밭을 찾아가고, 무엇이든 주변에서 행하는 것들을 참조하라’는 수준의 조언에 그친다. 정교한 영농기법 이전에 스스로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동과 만족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수 년에 걸쳐 텃밭 농사를 경험하게 되면 많은 사람이 결과물에도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분양 받는 텃밭을 떠나 가까운 사람과 함께 또는 혼자라도 작은 땅을 구해 단독으로 텃밭 농사를 시작해보라고 한다. 분양 받은 텃밭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양적 및 질적으로 결과물을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분양 받은 텃밭은 수 십, 수 백개의 매우 인접한 작은 토지로 분할되어 각 개인의 의지에 따라 농사를 짓게 된다. 즉 영농기술의 한계를 넘어 이웃한 텃밭 작물과의 상호작용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결과물, 즉 객관적인 지표를 높일 수 없다. 인간의 삶이 ‘개인특질-행동-환경’ 간의 삼자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듯이 개인의 ‘영농기술-영농행위-이웃 텃밭 간의 상호작용’이 만드는 한계가 텃밭에서도 잘 드러난다.
텃밭 농사의 가장 큰 특징은 밭이 넓든 좁든 단일 작물 재배를 통한 높은 생산성이 아니므로 전업농과 달리 다 수의 작물을 재배하게 된다. 즉, 밭을 만들기 이전에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개별 작물의 특징(생장에 필요한 영양소, 키, 체적, 성장주기에 따른 특성, 외)이 다른 작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물의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텃밭 디자인’이라 하며, 디자인 수준이 작물의 생장은 물론 결과물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관적 지표가 중요하더라도 과정과 결과에서 느끼는 감정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행복(주관적 안녕감)이 사고가 아닌 감정인 것과 동일하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아무리 외치고 생각해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행복과 거리가 있는 것과 같다. 또한 텃밭 디자인 과정에서는 여름 재배, 가을 재배, 더 나아가 겨울 재배 등의 전 주기를 고려해야 함과 동시에 관심을 두는 작물과 그 양에 대해서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은 경우라면 작물을 교체하거나 결과물에 대한 기대를 바꾸는 즉흥적인 계획이 연속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상적으로 계획하더라도 삼자 상호작용의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지속적인 변경을 피할 수 없다.
근래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미래계획, 혹은 생애계획을 만드는 것도 텃밭 디자인과 유사하다. 생애계획을 수립하는 동기나 목적이 무엇인지, 즉 ‘염려 해소’인지 ‘행복 증진’인지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단기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어떤 것들이며 상대적인 중요한 정도가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마치 어떤 작물을 얼마나 재배할 것인지 가중치를 정하는 것과 같다. 세 번째는 한 계절 만 고려할 것인지, 일년을 고려할 것인지, 더 나아가 수년에 걸친 텃밭 농사를 고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단지 일상적인 삶에서의 계획수립, 장기간에 걸쳐 노력이 필요한 활동(재정, 커리어, 건강, 외), 삶에서 전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 전생애에 걸쳐 모든 자원을 망라하는 생애를 계획하는 수준 등의 차원(수준)에서 자신의 생애계획이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 지를 정해야 한다.
텃밭 디자인을 마친 후에는 작물의 특성에 따른 재배 방법(생장 주기, 영양소, 바이러스와 해충 피해)를 충분히 알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것은 개인 특질에 속하는 동기, 성격, 가치체계, 역량, 주재성 등에 해당한다. 재배방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텃밭 디자인은 과정과 결과에서 만족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즉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특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남 따라하기”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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