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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거듭해 텃밭 경험이 쌓이면서 더 잘 짓고 싶고, 다른 작물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었다. 일반적인 텃밭 작물은 거의 재배했던 기억인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은 모든 작물이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며, 비록 같은 과에 속하는 작물군이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온도, 햇빛, 수분 등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와의 상호작용이 작물의 고유한 특성을 따르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동일한 작물이라도 환경에 따라 생장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리 장애가 나타난다 – 해충과 바이러스에 의한 장애는 두 번째 문제이다. 그러므로 작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는가에 따라 생장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을 인간 행동, 특히 생애계획을 수립하는 행위에 비유해보자. 우선 각 개인은 어떤 장면에서 활동하든, 어떤 역할을 수행하든 ‘모든 인간의 삶이 존귀하고 고유한 독특함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평균적인 관점과 통계 자료가 범람하는 현실이지만 각 개인의 삶은 개인의 가치체계, 성격, 동기 등을 비롯한 개인 특질과 맥락을 토대로 형성되고 변화한다. 즉 식물의 생장이 고유한 특성에 기초하듯이 개인이 경험하는 실제 상황을 토대로 삶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거나 준비하는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 누차 강조했듯이 오늘날의 세상,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객관적 지표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고 있기에 개인 특질과 개인이 경험하는 맥락에 대한 고려가 쉽게 무시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이나 만족한 삶을 추구하는 대신 염려의 해소가 마치 삶의 목적이나 목표처럼 오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행복, 즉 주관적 안녕감은 말 그대로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를 통해 알 수 있으며, 객관적 지표의 총량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삶은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 각 개인이 매 순간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결과가 항상 보장되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장면은 원인이 아닌 결과나 증상에 해당된다. 식물에 생리장애, 즉 결과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대처하는 방법은 생리장애를 유발한 원인을 찾는 것이며, 그 다음이 식물의 특성과 생장 상황을 고려하여 생리장애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 노력은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서 식물의 생장 주기 동안 적합한 생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생리장애만을 제거하는 노력은 또 다른 장애를 초래하거나 장기적인 생장을 크게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유행하는 삶을 계획하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나 미래의 삶에 불안감을 주는 요인을 해소하는 것인지, 만족한 삶,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족과 불만족에 기여하는 요인이 독립적이듯이 불안감 해소와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요인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작물의 생장 단계는 대략 10 단계로 나뉘는데,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5~6월이 제철인 딸기나 토마토를 한 겨울에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시기만 달라졌을 뿐 기본적인 생장주기는 여전히 유지된다. 작물이 10 단계를 거친다는 것은 연속적인 전환을 경험하며, 전환을 통하여 (작물이 중시하는) 삶의 초점 또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식물은 영양생장에서 생식생장으로의 전환을 거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자신의 에너지를 더욱 많이 사용한다. 농부는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 변화가 전환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인간도 평생 동안 다양한 전환을 경험한다. 다만 식물과 다른 것은 환경이 일방적으로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인간과 환경 간에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점이다. 즉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삶에서의 전환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의 변화가 전환을 초래한다. 둘째, 인간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환경 변화를 만들어 전환을 초래한다. 셋째, 전환 후의 삶이 중요하다. 넷째, 전환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며, 이 전환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전환 후의 삶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러므로 자신이 예상하거나 기대하든 아니든 전환과정을 관리하는 능력이 삶 전체를 통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계획할 때 몇 가지 영역에서 평균적으로 제시되는 적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계획과 노력을 기한다. 즉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하여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일반적인데, 독특하고 존귀한 개인(자신)에 대한 고려가 봄 눈 녹듯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래의 삶을 계획하는 행위에는 자신의 전환과 전환과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삶에서의 전환이 사건(Events, 기대한 대로 이루어진 사건)과 비사건(Non-events, 기대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 등에 의해 초래된다고 알려졌지만, 이에 앞서 전반적인 인간의 삶에서의 전환은 각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역할의 상대적 중요성이 변화함에 따라 나타난다. 그러므로 삶에서의 전환이든 변화이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역할의 상대적 중요성이 변화하는 것과 이에 따른 삶의 초점(삶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주요 영역에 대한 상대적 우선순위)이 변화하는 것을 파악하거나 그려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 다음에 우선순위와 비중에 따라 자신의 자원을 소비하는 것이다. 비록 하찮은 텃밭에서 배운 것이나 인간의 삶에 비유할 수 있는 귀중한 교훈이라는 생각이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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