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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상상을 해보자. 만일 자신의 수명이 하루 남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짐작하건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너무 짧다면 열흘 정도의 시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소중한 사람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에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며, 1년 정도 남았을 때 비로소 주변 정리라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더라도 차분하게 일상을 정리하며 담담하게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누구에게든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며 최소한 몇 년이라도 주어졌을 때 정리이든 시도이든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에 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시간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수록 또는 ‘나의 시절’은 다 끝났다고 생각할수록 무언가를 해보려는 동기가 낮아진다. 반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할 때는 긴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고민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든 시도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보고 하루하루의 삶을 바쁘게 살 수도 있다.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어쩔 수 없이 100세 이상까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미래, 즉 앞으로의 시간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기회는 제한적이고 살아가야 할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에 삶에서의 염려에 쉽게 지배당한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삶에서 염려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 될수밖에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래에 자신에게 여러 가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이 풍부하며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공통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미래의 삶을 계획하는 경향이 있다.
검은콩으로 불리는 서리태는 6월 중순 이후에 파종하여 7월 말까지 밭에 들인다. 감자, 옥수수, 토마토 등 대부분의 봄 작물이 수확을 마쳤거나 수확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에 생명을 시작한다. 어찌 보면 좋은 자리(땅)와 기후는 다른 작물이 다 차지한 후에 뒤늦게 생장을 시작해야 하니 소위 좋은 기회나 일조량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빈 자리가 없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논두렁, 밭두렁을 포함하여 조그마한 빈자리에서라도, 땅속의 영양성분이 풍부하지 않아도 콩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며 잘 자란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밭작물을 거둔 후에도 서리태는 밭을 지킨다 –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한다고 해서 서리태로 불린다. 다수의 작물이 성장할 기회나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서리태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서리태는 기회와 시간이 여전히 풍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는 염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러한 노력으로 삶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옳지 않다. 인간이 존재하고 삶을 이어가는 목적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삶에서 염려를 해소하는 방식과 행복을 늘리는 방식은 전혀 다르며, 어느 길을 택하느냐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미래의 시간에 대한 관점”이 결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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