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래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즉 미래의 삶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녕감에 대한 기대가 주된 이유하고 할 수 있다. 또한 계획의 영역에 속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삶을 되돌아 볼 때 만족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 된다.
현실적으로 삶의 만족에는 필연적으로 객관적인 관점이 반영되지만 주관적인 관점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삶의 만족과 관련된 주관적인 평가는 주로 현재의 생활여건 및 생활에 대한 것과 지금까지의 성취 및 경험에 대한 회상을 통해 이루어지며 미래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생애계획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시점에서의 평가가 어떠하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삶에 대하여 되돌아 볼 때 충분히 만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인 120세까지의 여정을 감안하면, 그 연령에 도달하여 삶에서의 만족을 느끼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많은 사람이 70대 중반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각자의 삶에서 어느 정도의 만족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초장수사회는 이후의 삶에 대하여 커다란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세상을 산다는 것은 과거 어느 시기보다 삶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복잡성은 자제와 노력을 통하여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겠지만 불확실성에 대처하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현재 청년이나 중년의 시기라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생각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실질적인 은퇴연령이 70대 초반이며, 금년 조사에서도 희망하는 완전은퇴연령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현재 60세 전후의 사람이80대 이후까지 사회적인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렇게 오래 동안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어떠한 형태로는 역할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준비를 소홀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주변에서 그러한 인식이 초래한 결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의 기대는 95세까지 현재의 역할을 지속한 후 완전한 은퇴자로서 사는 것이지만, 이 세상은 어느 것도 보장해주지 않으며 어떠한 것도 미리 정해진 것이 없는 세상은 명이 다할 때까지 치열한 싸움을 요구한다.
한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인식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을 줄이게 한다. 하지만 최빈사망연령이 이미 90세를 넘어섰고, 앞 세대와는 경제활동참여, 교육, 건강 등등의 삶의 주요 염려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현격한 차이를 경험하고 있는 세대가 마치 직전 세대의 선형적인 삶의 궤적을 답습할 것이라는 가정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100세 시대를 넘어서 120세를 살 수 밖에 없는 세대가 되었다.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이 높더라도 불확실성과 복잡성, 특히 불확실성은 삶의 만족을 급격히 낮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세상이다. 일례로 최근 주택문제와 관련하여 불과2~3년의 정책실패가 많은 국민을 일순간에 불안과 공포로 밀어 넣은 것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위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아직도 ‘학습-근로-은퇴’라는3 stage life cycle을 믿고 있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이미 multi-stage life pattern이 일상화된 세상에 살고 있으며N-stage life pattern에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는 것과 다름 없다. 또한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남은 생애 동안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정체성과 자기개념’의 변화는 삶에서의 만족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비록 많은 사람이 생애를 계획하지만 상대적으로 한정된 연령대까지의 삶의 계획은 삶을 무모하게 이끌 수도 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에 뒤쳐지지 않아야 하며,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전력투구해야 한다.
누군가의 말과 같이 “죽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죽을 때가지 사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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