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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걸어서 결국에는 천리를 간다.”
#1작금의 세상을 짧게 표현한다면 ‘비선형 시대’라 할 수 있다. 흔히 VUCA(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도 과거의 예측 가능했던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기에 사전에 준비하거나 대처방안을 찾는 것을 비롯하여 무엇을 지향해야 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이 도래했음을 나타낸다. 작금의 세상을 단순히n차 방정식으로 비유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가능해졌으며 다항방정식을 넘어 지수, 로그, 더 나아가 텐서방정식 이상의 난해한 방정식으로 조차 그리기 어렵다.
#2대략 10년전부터 120세 세상을 설파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이제야 100세 시대를 조금씩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60세인 사람이라도 120세를 준비해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더 젊은 사람이라면 그 이상의 수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70세 중반까지는 노후준비의 차이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각자 현재까지 유지해온 삶의 방식이 어떠하든 위기는 아직 수평선 아래에 잠겨있기 대문이다. 요행히 경제력과 건강이 준비되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80세 이후부터는 적지 않은 고통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역할의 상실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며, 재정적으로는 ‘흐름’이 아닌 ‘축적’에 집착한 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80대 중반에 어쩔 수 없이 욕심을 내려두고 자율적인 삶의 궤도에서 이탈한다면 근3~40년의 ‘무용(無用)’한 시간이 기다린다.
#3삶은 단기적으로는 비극이요 장기적으로는 희극이라는 표현이 있다. 현재의 세상이 고차원의 비선형방정식으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예측불가라도 멀리 떨어져 살펴보면 매우 단순한 곡선 내지는 직선의 형태를 띤다. 작금의 삶이 아무리 복잡하고 대처하기 어렵더라도 긴 호흡으로 본다면 여전히 우아한 선형이다. 무엇보다도 멀리 떨어져 관조할 수 있을 만큼의 자원을 누구나 이미 갖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생활유형(Life style)을 ‘자신이 보유한 자산 – 시간, 재능, 기회, 재물, 건강 등등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여러 자원들 가운데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간’이라는 자원이 고갈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라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라면 시간이 고통의 크기로 해석되겠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시간은 무엇보다도 귀중한 기회이자 에너지원이 된다.
#4우리사회에서 60세는 그간의 사회활동을 정리하거나 한 걸음 물러나는 시기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매우 큰 착각이다. 앞서 적었듯이 미래는 예측하기 극도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60년이라는 엄청난 자원을 보유한 상태이다. 한 번 정도는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이 호흡곤란이나 질식으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는 굶어 죽을지라도 질식사할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이러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커다란 착각(숨 쉴 공기가 차단되었다)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맞이할 미래의 시간에 대하여 어떠한 관점이나 인식을 갖느냐에 따라 삶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단순히 물리적 및 생물학적 시간이라는 생각을 넘어 얼마나 많은 ‘기회로서의 시간’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비록 정년을 맞이하더라도 성인이 된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삶보다 2배나 많은 기회가 남아있으며, 젊은 사람이라면 힘들었던 시간과는 비교 조차 안되는 기회를 여전히 갖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걸어도 넉넉할 만큼 많은 시간이 있다는 사실과 긍정적인 생각은 우리의 여정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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