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년이라면 ‘전환(transition)’에 대하여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환에 대한 생각은 직업적인 변화, 특히 전직이 익숙하기에 전환에 대한 의미 또한 매우 협소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환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매우 빈번하게 경험한다. 일상 속에서 전환은 진학, 결혼, 취업, 자녀출산, 부모 사망 등등을 포함하여 삶의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리는 삶을 사는 과정에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전환을 경험하지만 대부분을 ‘일련의 과정’으로 인식하며, 이처럼 불연속을 자연스러운 연속과정으로 볼 때 전환에 따른 어려움도 다소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전환은 역할의 변화와 함께 한다. 실직이나 전직 등과 같이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하는 전환의 경우에는 근로자, 건전한 시민, 학습자 등의 여러 역할이 빠르고 크게 변화하기에 전환과정을 더욱 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정체성의 변화가 확연한 경우에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쉬우므로 일찍부터 이를 관리하기 위한 스스로의 준비가 필요하다.
인간은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주요 역할을 수행하며, 이 역할들의 수행을 통해 ‘자기개념(self-concept)’을 형성한다고 한다(D. Super). 역할들의 변화에 따른 노력, 즉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들이는 에너지 배분의 변화는 결국 자기개념(개인적 및 사회적 정체성)의 변화를 초래하며, 결국 이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우리가 경험하는 초장수 사회에서 60세는 절반에 해당된다.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 24시간 가운데 정오(12시)에 해당되는 나이다. 어느 누구도 정오 즈음에 하루가 다 지나갔다고 말하지 않듯이, 60세는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보낸 시점이다. 지금까지 보내온 절반을 어떠한 정체성 또는 정체성의 연속으로 살아왔든, 한 번쯤 되돌아 보고 나머지 절반을 어떠한 정체성을 추구할 지 자신의 삶에 대한 기대를 정리할 때가 된 것이다. 자식, 학습자, 여가인, 근로자, 부모, 배우자, 건전한 시민, 가장(주부) 등의 역할이 각자에게 얼마나 중요했든 앞으로의 삶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위하여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시기이다. 그리고 이 결정을 통하여 새로운 정체성 또는 자기개념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년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요구나 필요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도 본질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거나 어떠한 방식의 삶을 희망하는 지에 대한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간과한 노후준비는 허황된 꿈을 좇는 것이 될 수도 있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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