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늘 느끼는 불편함 중의 한 가지가 나의 동안이다. 실제 나이보다 10~15년 정도 젊어 보이는 외모가 축복이라는 분도 적지 않으나, 나이가 여전히 중요한 잣대인 우리 문화에서 필자와 같은 동안은 여러 면에서 불편하다. 물론 실제 나이보다 더 늘게 보이는 것도 싫다(하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이는 여전히 한 사람의 역량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나이 값도 못한다”는 표현이 무척 자연스러운 곳이 바로 우리 사회이다. 외모가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역량이 과소평가되는 문화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크나 큰 장애물일 수 밖에 없다. 호칭에 유별한 우리 문화에서 나이를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으나 이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19세기 정신문화에 머물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근래에 몇몇 기관의 공모에 지원할 지를 두고 나를 돌아보았다.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기로 했다. 다시금 특정 조직에 몸을 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어간다는 것은 분명히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기에 재능을 발휘할 기회, 사회에 봉사할 기회, 그리고 작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것을 필연적으로 내려 놓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유의지로 가득한 삶이 제한될 수 밖에 없고, ‘95세 은퇴’에 이르는 나의 재미있는 여정이 흐트러지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컸기에 아쉬움과 기대 사이에서 ‘기대’를 추구하기로 했다. 지금은 비록 보잘것없고 단지 미래의 삶에 대한 ‘기대’뿐이지만, 그 기대의 가치는 당장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비하여 훨씬 크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는 여전히 차별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동시에 스스로 나이를 핑계로 더 이상의 꿈을 꾸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좋은 것 중의 하나는 ‘Age Free’를 마음껏 주장하며 자신 만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