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행위/행동과 관련된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론가(Theorist), 연구자(Researcher), 활동가(Practitioner) 등의 역할과 수행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론가는 관찰, 실험, 가설, 통찰 등을 통하여 인간의 특정 행위를 설명하거나 안내하는 모형(이론)을 개발하고 이의 검증과 적용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자는 이론가가 제시한 모형이 다양한 장면과 집단에 대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검증하기 위한 실증연구을 통해 실제의 적용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활동가는 자신이 개입하기 위한 행위 선택 및 적용결과의 예측을 위하여 연구자의 성과를 끊임 없이 탐색, 선택, 적용하며 실제 현장에서 적합한 지지와 촉진이 가능하도록 노력한다. 즉 이론가-연구자, 연구자-활동가 간의 상호협력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커리어 분야의 상황은 이들 세 영역 및 전문가 집단의 균형과 조화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이론가의 존재를 찾기 어려우며, 통칭 연구자의 범주 안에도 교수자, 조사자, 학위과정 대학원생 등이 혼재되어 있고 다른 나라에서 개발된 이론의 우리나라 문화에 적용 및 검증된 모형의 확장 적용을 실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 나아가 활동가의 경우에는 커리어 개발과 관련된 이론이나 실증 연구자료 등을 꾸준히 탐독하는 경우를 찾아 보기 어렵다. 기껏해야 관련 기법이나 활동을 익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활동 장면조차 지나치게 협소하여 ‘취업 지원’에 거의 모든 활동가가 매몰되어 있기에 중, 장기적은 물론이고 단기적으로도 커리어 개발 장면의 확장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결국 이론에 의해 안내되고, 증거를 토대로 다른 사람의 커리어 개발을 돕거나 촉진하는 활동이 사실상 전무한 괴이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커리어 현장의 실상을 짧게 살펴보면, 학교에서의 진로상담이 도입된 지 반 세기가 되었고 범위를 크게 좁혀 성인의 취업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지도 20년 이상이 훌쩍 경과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장 활동가의 수행역량이 여전히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음은 물론 이웃 나라의 현황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커리어 분야의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다.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쳐 강조했듯이 활동가가 경험하고 있는 현재 세상은 불과 10~2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현재 60세인 사람은 120세에 이르기까지 생존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며, 코로나 상황에 접어든 후에는 불과 두 세달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디지털화된 세상을 살게 되있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완전한 일상 장면이 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커리어 활동가의 역할이 반드시 소명이거나 사회의 등불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이나 활동을 지속하고, 노력에 따른 보람과 자부심을 충분히 누리는 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필요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일지라도 자신의 자원(재능, 시간, 기회, 등등)을 소비한 결과가 긍정적일 때 삶의 만족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커리어 활동가에게 당부하니 어떠한 상황에서든 오늘보다 더 성장하려는 노력을 결코 중단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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