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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번식이 본능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본능에 따른 욕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충족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계획을 만든다는 점이 동물과 크게 다르다.
계획은 수단과 절차를 사전에 결정한다는 점에서 의식적인 행위이며 사고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하는 행위가 본능적이라는 사실은 계획을 만들기 위해 특별하거나 커다란 노력이 없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굳이 종이와 펜을 사용하지 않고도 여러 유형의 계획을 수립하며,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계획과 더불어 보내고 있다. 일상에서 만드는 다수의 계획이 반드시 원대하거나 혁신적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안전과 발전 또는 잠재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듯 계획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이다.
한편 인간의 삶은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는 사건, 기대하였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 그리고 전혀 의도하거나 계획이 없는 우연에 의한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다. 인간은 이러한 혼돈 안에서 각자의 삶을 이루고 유지하며, 더불어 셀 수 없이 많은 전환을 경험한다. 덧붙이자면 인간의 삶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주요 사건은 애초에 계획의 영역이 아니거나 우연에 의한 것들이다.
시선을 잠시 돌려보면, 인간은 태어나서 부모의 양육 방식을 비롯한 교육, 규범, 관행, 문화 등의 다양한 사회화 과정에 예속되어 성장하고 자기개념을 확립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필연적으로 계획하는 행위와 분리될 수 없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며 본능에 따른 각자의 계획 행위를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계획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은 사실상 의존적인 삶에 들어서기전에는 불가능하며, 어떠한 상태나 방식으로 살든 더욱 정교하거나 꿈을 이루어줄 것 같은 계획을 갈구한다.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노력은 장년기 보다는 청년기에 더욱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장년에 접어들면서 계획의 부재나 불완전성을 이유로 다소 갑작스럽게 후회, 염려, 불안 등을 갖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이 확산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우리가 직시해야 할 사실은 중, 장년에 접어들어 급박하게 만드는 삶의 계획이 마치 황홀한 삶으로 안내해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나 실상은 각자의 삶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지금까지 이루거나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노력한다고 이루어지겠어!”라는 탄식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된다. 나이와 무관하게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행위(planning a life)는 후회, 염려, 기대, 그리고 사회화 등에 따른 결과이다. 즉 이러한 요인들이 각자의 삶을 계획하도록 이끄는 주요 동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능에 충실한 행동이다. 오래 전에 출간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에 둔감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현실에 눈을 뜨고 각성하는 줄거리가 중심 소재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회와 제도의 보호해 안주하다 본능을 잃어버린 상황을 뒤늦게 알아차린 일부 중, 장년의 각성과 행동이 바로 생애계획에 과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경제계획이나 건축계획 등의 일반적인 계획과 삶의 계획이 속성과 한계 및 방법 등의 여러 면에서 크게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삶의 계획에 대한 관심의 크기에 비례하여 혼란이 더욱 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계획이 본능적인 행위라면 염려를 해소하는 것과 행복을 증진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이 필요하다. 염려 해소와 행복 증진이 동일한 개념이거나 염려를 해소함으로써 행복이 커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양자에 기여하는 요인이 완전히 다르므로 염려 해소와 행복 증진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수단과 절차 또한 다르다. 또한 염려 해소로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인 본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행복의 증진에 두어야하며, 이 노력은 자신 내부에서 시작하여 외부로 향하는 ‘Inside to Out’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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