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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수 사회를 맞으며 노후 준비와 노후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회와 개인 모두가 여러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으며 염려와 준비가 연일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국가차원이든 개인차원이든 희망 보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지난 십 수년 동안 적지 않은 강좌와 상담을 통하여 초장수 사회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판단이 개인에게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하여 누차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 전반이 오해와 의도된 왜곡에 묻혀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분노와 더불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또한 커리어 전문가로서 사회의 모든 점을 알지 못하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초장수 사회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평균 신장이 180cm인 100명의 군인이 평균 수심 150㎝인 강 앞에 도달했다. 지휘관은 즉각 강을 건너라고 명령했고, 중심부로 나아가면서 수심이 갑자기 깊어져 병사들이 한 명, 두 명 빠져 죽기 시작했다. 겁이 난 병사들은 뒤를 흘깃흘깃 쳐다봤지만, 지휘관은 ‘돌격 앞으로’만 외쳤다. 물에 빠져 죽는 병사가 속출하자 지휘관은 당황하며 뒤 늦게 철군을 명령했지만 이미 많은 병사를 잃었다. 다시 수심을 확인해보니 이 강의 최대 수심은 2m였고, 군사 중 2m가 넘는 사람은 30명이 채 안 됐다” 이 우화가 보여주듯이 평균에 대한 맹신은 예상치 못한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균을 사용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주의가 필요하다. 평균은 여러 가지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각이 다른 값을 보이기에 왜곡된 주장을 펼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기대수명(평균수명; Life expectancy at birth)은 현재의 나이별 사망 수준이 그대로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향후 몇 세까지 살 것인지를 의미하며, 사망 수준의 영향을 받는다. 2021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세이며, 2022년 통계는 금년 12월에 발표된다. 기대수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을 이해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이는 중고령자의 기대수명을 과소 추정하게 하여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장수 국가의 경우, 통상 사망이 노년기의 좁은 연령 구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데 기대수명은 평균을 보여줄 뿐 집중적인 사망 구간, 즉 수명의 실제 ‘중심’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통계청 생명표를 보더라도 평균수명인83세 이전에 사망하는 비율은 40%, 그 이후에 사망하는 사람은 60%로 나타난다. 즉, 평균수명에 기대어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고령화 수준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는 사람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중심’ 지점을 나타내는 최빈사망연령(Mode of age at death)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최빈사망연령은 이미 2023년에 92세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우리와 비교되는 일본은 2001년에 이미 90세를 넘었다. 또한 현재 65세 기준 기대여명도 기대수명과 시차를 두고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생애 자체가 길고 심각하다.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될 때를 ‘100세 시대 진입 시점’으로 정의하는 점에 비추어 우리사회는 이미 100세 사회에 진입했으며, 조만간110세 시대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60세인 사람이 100세가 되는 시점에는 최빈사망연령이 120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의이든 타의이던 노년에 들어 빈곤, 건강, 소외 등의 염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두 가지 사실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거나 갖추지 못한 것에 가장 큰 이유이다. 첫 번째는 자신의 수명에 대한 잘못된 예측이며, 두 번째는 자신의 삶을 전적으로 주관하려는 태도와 능력의 부족이다. 작금의 우리사회에서 이 두 가지를 소홀히 한 결과를 찾아보기는 너무나도 쉽다. 또한 자신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효과적이지 못한 지금의 생애계획수입 방식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Ph.D., CDF-I, GCDF, MCDS, Supervis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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